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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가족” |
2012-05-13 12:57:41, 조회 : 634, 추천 : 55 |
“우리 가족”
몇 해 전,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담임을 맡았던 때의 일입니다. 아이들이 ‘우리가족’이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자, 누가 먼저 할까?
이름보다 뚱이란 별명이 더 친근한 아이가 첫 번째로 나섰습니다.
“헤헤, 너희 가족은요, 엄마, 아빠, 할머니 그리고 저, 모두 네 명입니다. 할머니는 제가 우리집 기둥이라 잘 먹어야 된다고 먹을 걸 많이 주세요. 그래서 점점 기둥이 아닌 우리집 돼지가 되고 있습니다. 우헤헤.”
“하하하, 호호호”
돼지라는 말에 아이들이 우와 웃음보를 터뜨렸습니다. 또 다른 친구가 나와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저희 아빤 큰 벤처기업 사장님입니다. 아빠는 늘 바쁘시죠, 그래서 저랑 잘 놀아주지 못하지만 그 대신 다른 친구들은 만져보지도 못할 비싼 장난감을 많이 사주십니다.”
아빠 자랑에 우쭐거리는 아이, 늦둥이 동생 돌보는 게 힘들다며 투덜거리는 아이, 우리 가족은 안경 가족이라며 재미있어 하는 아이...... 다양하고 솔직한 이야기가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다음 차례인 아이를 본 순간 나는 아차 싶었습니다. 조용히 일어선 그 아이는 부모가 없는... 그래서 고아원에 사는 아이였기 때문입니다. 나는 어린 마음에 커다란 상처를 주었겠다 싶어서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큭큭, 재 고아원에 사는데... 그럼 가족이 없는 거 아냐? 근데 왜 나오냐?”
그러나 그 아이는 뜻밖에도 주저하지 않고 단상에 서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저희 집엔 식구가 정말 많습니다. 늘 자상하신 원장 아빠, 그리고 우리를 위해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주시는 수녀 엄마들. 그리고 언니, 오빠, 동생들만 해도 열 명이나 됩니다. 가끔 먹을 것 때문에 싸우기도 하지만, 막상 누구 하나 위험에 처하면 힘을 합해 도와줍니다.”
아이의 자랑은 계속 됐습니다.
“사람들이 우리를 고아라고 놀릴 때도 있어요. 동정하는 사람도 있구요. 하지만 남들이 뭐라 해도 우린 신경 쓰지 않아요. 우리도 다른 가족들과 똑같거든요. 원장 아빠가 그러는데, 진정한 가족이란 핏줄보다 더 강한 마음으로 이어져 있는 거래요.”
발표가 끝나자 고아원 아이라며 놀리던 녀석들도 내내 딴 짓만 하던 녀석들도 말을 아끼고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천진난만하고 고운 마음씨를 지닌 그 아이의 가족 이야기에 나도 눈물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박인식, 이미애, 『TV동화 행복한 세상』, 샘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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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ngjung21
님의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