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을 며칠 앞둔 주일 오후
아버님이 경작하시는 밭에 나가 보았습니다.
몇 해 전부터 철도부지 땅을 빌려 소일거리로 지으셨던
농삿일이 이젠 웬만한 농사꾼보다 더 능숙하십니다.
배추속이 꼭 꼭 들어찬 것이 아주 야물어 보입니다
병충해도 있었지만 그런대로 배추농사는 잘 되었습니다.
평생 농사일이라고는 모르고 사신 분인데 어쩜 저리도 잘 하시는지..
이젠 주위에서 농사 기술을 전수받으러 오신다고 합니다.
추운 겨울이 오기전에 배추를 한아름 꽁꽁 묶어 주는 것이
귀여운 손주 옷입히는 둣 합니다
추수가 끝난 들녁에는 어디선가 까치떼들이 열심히 주린 배를 채우느라
분주하기만 합니다.
적은 일손이라도 보태려 했지만 서투른 솜씨가
달리는 기차에서 휑하니 바라보는 풍경에 지나지 않습니다
큰 농사일은 아니지만
작은 결실을 기뻐하며 배추 한 포기 한 포기에도 정성을 다하시는 모습은
날마다 열심을 다하지 못하는 제 삶을 문득 부끄럽게 합니다.
우리 주님의 피 값으로 얻은 삶이기에
함부로 살아서도.. 대충 살아서도 않되는 삶입니다.
순간 순간 마다 정성을 다 할 수 있는 삶이 되기 위하여
순간 순간 마다 감사를 드릴 수 있는 삶이 되기 위하여
애쓰고 노력해야겠습니다. .
